작가 Ayana Hanbich Lee 개인전 전경_서울

시간은 선형적이지 않다.
작가 Ayana Hanbich Lee(아이아나 한빛 리) 의 회화는 바로 그 비선형의 시간, 겹겹이 쌓인 흔적과 잔향을 시각적으로 탐구하는 데서 출발한다.

뉴욕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해외를 오가며 전시 활동을 이어온 그는, 물질과 감정, 기억과 예언의 경계를 넘나들며 ‘시간의 구조’를 회화적 언어로 해석해왔다.
그의 작업은 마치 흐르는 필름의 장면들을 압축해 한 화면에 포개놓은 듯, 순간의 연속과 단절을 동시에 보여주는 시각적 기록물이다.

Fallen_Ayana Hanbich Lee_acrylic on canvas_73cm*91cm _2023

On Nem_Ayana Hanbich Lee_acrylic on canvas_73cm*100cm_2024

■ ‘effacement’ — 사라짐 속에서 드러나는 시간의 리듬

Ayana Hanbich Lee의 핵심 개념은 오리지널한 기법으로 알려진 ‘effacement’ 기법에 있다.
이는 ‘지워내면서 드러내는’ 회화적 행위이자, 시간의 단층을 되살리는 과정이다.
그는 캔버스 위에 색을 겹겹이 쌓고 다시 벗겨내며, 흔적을 남기거나 숨긴다.

이 반복의 행위는 단순한 재료의 물리적 중첩이 아니라, 존재의 기억과 시간의 누적을 시각화하는 실험이다.
작가는 말한다.

“회화의 속성은 덧붙임이 아닌, 흔적을 증거함으로서, 작가가 소비한 제작 시간을 드러내는 것만이 아닌, 관객이 작품을 소비할 시간을 측정해주는 행위다.”

그의 회화에서 투명한 색면과 불투명한 레이어는 끊임없이 교차하며, 흐름과 정지, 기억과 망각의 긴장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그의 작품이 지닌 ‘시간의 리듬’이다.

2023년 화제의 드라마 '낯에뜨는 달[7화]' 속 Ayana Hanbich Lee의 작품 ‘Efface’ 연작_ 드라마 PPL 통해 대중과 소통

Ayana Hanbich Lee의 작품 _ 드라마 PPL 통해 대중과 소통

Ayana Hanbich Lee의 ‘Effacement’ 연작은 2023년 방영된 한국 드라마에 협찬 작품으로 등장하며 대중에게 한층 더 가까워졌다. 특히 드라마 **<낮에 뜨는 달>(Moon in the Day)**을 통해 그의 작품이 노출되면서 해외 미술 시장에서도 관심이 높아졌고, 현재 넷플릭스에서도 해당 드라마를 통해 작품을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뉴욕과 런던에서 열린 큐레이션 전시뿐 아니라 중국 상하이 국제미술제 등 다양한 심사·초청 기반의 국제 전시에서 자신의 실험적 표면 연구를 선보여 왔다. Ayana Hanbich Lee는 자신이 구축한 ‘Effacement’ 기법을 폐쇄적으로 다루지 않고, 여러 교육기관과의 공유와 협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이러한 독창적 방식은 회화의 전통적 경계를 확장시키며, 오늘날 세계 현대미술계가 주목하는 작가로 그를 자리매김하게 했다.

뉴욕대(NYU) 시각예술 임상학 조교수 이슈라키 카지는 Ayana Hanbich Lee의 기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한다.
“effacement라는 기법 안에는 이미 3차원이 존재한다. 지움의 중첩은 쌓임의 중첩과 엉키며, 결국 평면을 넘어서는 흐름을 만들어낸다.”

그는effacement가 단순한 기법을 넘어 현대 회화의 물질성과 시간성을 동시에 탐구하는 중요한 방법론이라 평가하며, 실제로 여러 동료 작가들이 해당 기술을 배우기 위해 Lee의 스튜디오와 워크숍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Ayana Hanbich Lee는 이러한 시간·표면 연구를 미국 내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갤러리와의 협업을 통해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그 시작은 뉴욕에 있는 Asian Art Contemporary와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워크숍과 강연을 통해 Effacement 기법의 과정을 공개하던 것을 해외에서도 진행할 계획이다. 동시대 회화에서 주목받는 ‘표면 연구가’로서 페인팅의 고전성을 엮이용해 현대 미술계를 발전시키려고 한다. Effacement 와 Making-film의 영상미학적인 기법을 많이 방향으로 사용하며, 다양한 매체와 융합하며, 또한 많은 곳에 전파를 하고자 한다.

OOlda-5_Ayana Hanbich Lee_Wood Panel (paper collage)_53*45cm_2022

■ 종이, 표면, 그리고 기억의 매개체

Ayana Hanbich Lee의 작업에서 종이는 단순한 재료가 아니다.
그녀에게 종이는 ‘기억의 저장소이자 예언의 매개체’로 기능한다.
주름과 찢김, 눌림과 번짐은 시간의 주름으로 읽히며,
그 안에서 작가는 시간이 남긴 흔적을 물질로 번역한다.

Ayana Hanbich Lee의 작품_ 회화와 설치, 영상이 결합된 형태로 확장.

그녀의 작품들은 종종 회화와 설치, 영상이 결합된 형태로 확장된다.
빛과 그림자, 필름적 리듬이 결합된 화면은 관객을 시간의 흐름 속으로 초대하고,
그 흐름을 ‘보는 경험’에서 ‘체험하는 감각’으로 확장시킨다.

Tangerine Pizzicato_Ayana Hanbich Lee_acrylic on canvas_46cm*60cm _2023

Yes,Yellow_Ayana Hanbich Lee_Acrylic on Canvas_ 16*20 inch_2023

Bloo Till Night_Ayana Hanbich Lee_acrylic on canvas_50cm*60cm _2023


■ 색의 층, 존재의 감정

Ayana Hanbich Lee의 색은 순간의 감정을 기록하는 언어다.
〈Tangerine Pizzicato〉, 〈Bloo Till Night〉, 〈Yes, Yellow〉와 같은 작품에서
그녀는 색을 감각적 리듬으로 쌓아올리며, 시간의 이동과 정서를 병치시킨다.
색의 투명도, 반복, 리듬은 각각 다른 속도의 시간으로 존재한다.

그녀의 작품에서는 사라지는 자연의 순간, 의식의 순차와 감각의 흐름, 한옥의 내부와 외부가 가진 시간의 방향성이 화면 위에서 교차한다.
이렇듯 그녀의 작품은 물리적 시간과 감정의 시간, 기억의 시간이 한데 뒤섞여 ‘겹의 미학’을 완성한다.

P.M._Ayana Hanbich Lee_acrylic paint on wood canvas_38*38cm_2023/ 한옥의 내부와 외부가 가진 시간의 방향성 표현

■ 사유로서의 회화, 감각으로서의 시간

Ayana Hanbich Lee의 작업은 단순한 시각적 회화가 아니다.
그녀는 ‘시간’을 물질로 다루고, 그 흐름을 감각으로 시각화하는 예술적 사유자다.
지워내고 다시 덧칠하며, 흐름을 멈추지 않는 그의 작업은
결국 “존재란 시간 속에서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닿는다.

관람자는 그녀의 회화 앞에서 색과 흔적, 레이어를 따라 시선을 움직이게 된다.
그 움직임 속에서 ‘자신의 시간’을 체험하게 되는 것 —
바로 그것이 Ayana Hanbich Lee의 회화가 지닌 철학적 깊이다.

■ 아트타임즈엠 | ART TIMES M
본 기사는 국내외 미술계 동향을 다루는 전문 예술 매체「아트타임즈엠(ART TIMES M)」에 게재되며, 문화체육관광부 등록 예술 전문지로, 주요 미술관·대학·평론가들이 구독하는 정기 간행물이다.

자료 제공: https://www.instagram.com/ayanalee.art
www.ayanalee.com